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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만드는 사람 - 2009·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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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4-02-12 10:44 조회79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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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째 날씨가 춥다. 건강을 위해 선학산을 가려고 할 때마다 추운 날씨와 바람 때문에 망설여진다. 원래 등산을 좋아하지 않다 보니 가는 것에 대한 재미를 모른다. 무슨 일이든지 재미가 있어야 지겹지가 않고 운동효과도 더 있을 것이다. 더욱이 요즘은 낮이 거의 최고점으로 짧아지다 보니 산에 오가기가 부담스럽다.

그러나 옷을 갈아입고 나서면 기분이 한결 좋아진다. 그리고 부는 바람도 산에 들어서는 순간 언제 바람이 불었는지? 모를 정도로 조용하고 따뜻하기조차 하다. 겨울철 낮과 밤의 바람방향이 산과 계곡사이에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지만 거짓말처럼 산 속에는 거의 바람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바람이 자거나 약하다.

그런데 무엇보다 좋은 것은 온 산 위에 쌓여있는 낙엽들이 주는 포근함뿐 아니라 길 위에 흩뿌려진 낙엽들이 오가는 사람들에게 밟혀서 융단처럼 되어 있는 그 등산로를 밟는 기분이 좋다. 높은 분이 계시는 곳이나 화려한 영화제의 붉은 카펫이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생각될 정도로 발바닥에서 느껴지는 감촉과 풍경이 좋다.

화려하지는 않고 조금은 먼지가 나지만 그래도 사람들의 관심과 시선을 받지 못하는 일반 서민들을 위해 하나님이 깔아놓으신 융단이기에 귀하게 여겨지고 고맙게 여겨진다. 그런데 그와 같은 하나님의 은혜 속에서 길을 가다가 하나님의 마음을 닮은 사람들의 선행으로 인해 더욱 기분이 좋아진다.

평소 다닐 때 반대편에서 오는 분과 지나치기가 불편하였거나 서로 비껴 설 수 없었던 비좁은 길이 어느 날 넓고 깨끗하게 보수된 것을 보게 된다. 그런데 그것은 시에서 인부를 동원해서 만든 길이 아니라 산을 좋아하는 어떤 분이 산을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서 넓혀놓은 길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어 더 좋다.

그리고 비좁은 길만 넓혀 놓는 수고를 하는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언덕길에는 흙 계단을 손질해서 다듬어 놓거나 새로 만들어 놓기도 하고, 흐린 날에는 계단에 가지쳐 놓은 나뭇가지를 펼쳐놓아 다니는 사람들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하고 신발이 더럽혀지지 않도록 한 보이지 않은 천사가 왔다갔음을 보게 된다.

또 어떤 선학산을 사랑하는 분은 어떤 애완견이 일을 본 그 자리에 애완견 주인에게 친절하게도 마분지에 한껏 멋을 낸 글씨의 경고성의 쪽지를 붙여 놓아 지나가는 사람으로 하여금 웃음과 함께 주의를 기울이게 한다. 이렇게 선학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곳곳에 있음으로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그리고 상쾌하게 선학산을 오르내릴 수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이런 일을 하신 분들을 생각하니 세례요한이 떠오른다. 나흘 앞으로 다가온 성탄절의 주인공인 예수님의 오실 길을 예비하러 왔노라고 하면서 자기 삶의 전부를 자기 뒤에 오시는 분을 위해 드렸던 세례요한처럼 자기 뒤에 산을 오르는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힘과 시간과 정성을 드리는 그 분들이야 말로 세례요한의 후손들이 아닐까? 그분들이 비록 혈통으로나 육정으로 그분에게서 나지 아니하였다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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