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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시아꽃은 졌지만 - 2008·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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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4-02-11 18:16 조회73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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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잎사이로 새하얗게 피었던 아카시아꽃들이 대부분 자취를 감추었다. 그늘진 산자락의 늦게 핀 아카시아조차 그 그 탐스러운 꽃주머니들이 누렇게 되어 있는 것을 볼때 아쉽고 허전하기도하다. 우리들 주변의 여러 꽃들에 대한 호감은 사람들의 취향과 경험에 따라 다양할 것이다.

꽃마다 모양과 향기가 각각 다르기 때문에 다들 나름대로 아름답다. 그러나 사람들에게 특별한 정감을 더하는 꽃들이 있다. 그 정감은 꽃 자체의 아름다움보다는 그 꽃들을 볼때 아름다운 추억을 떠올리게 하거나 즐겨 부르던 노랫말이나 암송하던 시를 떠올리는 꽃들일 것이다. 어떤 사람은 꽃말의 아름다움 때문에 그 꽃을 좋아힌다고 한다.

아카시아꽃을 볼때마다 '동구밖 과수원길로' 시작하는 노래가 저절로 나오고 목련을 볼때에는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는다'는고등학교때 배웠던 노래가 떠올라 좋다. 매화를 보았을때는 '눈 기약 능히 지켜 두세 송이 피었구나' 감탄했던 시인의 마음이 그리고 배꽃을 보았을때는 '이화에 월백하고'하던 시인의 마음이 전해져서 좋았다.

그러나 내게 정작 정겨운 꽃은 감나무꽃이다. 감꽃에 대해서는 어떤 노래말나 시도 기억하는 것이 없다. 그러다보니 감꽃에 대해서는 어떤 감정이나 선입견도 지금까지 외부로부터 전달되지 않았다. 감꽃은 나의 간식과 장난감과 장식품으로서 그냥 나의 생황의 한 부분이었다.

어릴적 감나무 밑에서 주워 먹던 방금 떨어진 연노랑 감꽃의 맛은 질리지 않는 맛이었다. 그리고 먹고 남은 꽃들을 짚에 꿰어 여러개의 목걸이들을 만들어 걸기도 하고 방에 걸어두기도 하다가 약간 시들은 꽃들을 빼내어 먹는 맛은 또 다른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꽃들이 다 떨어지고 나면 이어서 작은 감들이 떨어지는데,

감꽃이 좋았던 이유는 감꽃자체 때문이기도 하였지만 그 후에 떨어지는 작은 감들 때문이기도 하였던 것 같다. 왜냐하면 감이 굵어지기전에 떨어지는 조그마한 감들을 가지고 놀기도 하였지만 좀더 굵은 감들은 모아다가 뜨물물에 삭혀서 먹기도 하였다. 그래서 나는 우리 교회 앞마당에 있는 감나무를 가끔씩 쳐다본다.

잎이 언제 나고 있고 꽃은 언제 피고 떨어지는지? 매연속에서 그리고 비리가 낀 감잎 가운데서 피었다 떨어지는 감꽃을 먹지는 못하지만 입에는 갖다 대보았다. 올해는 지난해 조경공사으로 인해 감나무 가지를 많이 잘라버렸기 때문에 감꽃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곧 가지가 뻗어나고 줄기가 퍼져서 많은 꽃을 맺을 것이다.

향긋한 아카시아꽃이 우리 곁에 왔다가 많은 탄성과 기쁨을 준채 오래 머물지 않고 사라져버려 서운하다. 그러나 아카시아와 같지 않고, 감나무꽃만도 못할지 모르지만 또 다른 꽃이 우리 곁에서 필 것이기 때문에 서운함도 잠깐일 수 있을 것이다. 더우기 머지 않는 내년에는 그 아카시아꽃를 다시 보게 될 것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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