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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친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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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기쁨 작성일15-03-30 00:09 조회79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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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순애    | 2012·09·16 00:45 | HIT : 162 | VOTE : 6
 
 

 오래전 몸이 많이 아픈 내 친구가 있었습니다.
폐가 안 좋아 길을 걸을때도 가다가 서고 가다가 서고 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쉬어야 했지만 함께 걸을 때면 전 화를 내고 짜증을 냈습니다
 그러면 친구는 웃으며 나 보고 기다리지 말고 먼저 가라고 했습니다
 이제 그 친구는 하늘나라에 있습니다


 바쁜 일상을 살다가도 문득문득 그 친구생각에 목이 메였습니다
 미안함을 평생 품고 살게 되리라 생각했습니다

 며칠전 또 다른 한 친구가 내게 자신의 글을 보내왔습니다
 읽다가  가슴이 먹먹해서... 만사를 제치고 만나러 갔었습니다
 한 삼년 되었나 했는데..계산해보니 무려 칠년이나 되었지요
 멀지도 않은 창원에 사는데..

제 친구는 창원에서 조그만 개척교회를 섬기는 사모입니다
 교인수도 얼마 안 되고 여러가지 사정으로 남편목사님은 현장에서 일을하며
 목회를 하고 있습니다
 여리고 예쁘고 감성도 풍부한 그 친구가 사모의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자랑스러우면서도 마음이 복잡합니다
 함께 자취할때  밤에 자다가 없어서  찿아보면 옥상에 혼자 서서 찬 바람을 몸으로
 맞고 있던 친구...밤예배후 집까지 두 정거장정도 되는데  빨리가서 쉬고 싶은데
"순애야  우리 손 잡고 걸어가지 않을 래?  달이 너무 예쁘다"하던 .. 분위기도 잘타고
 너무나  감성적인 그 애가....

저녁에  창원 중앙교회에 이순창 목사님이 부흥강사로 오신대서 같이가서 예배드리고
 왔습니다
 중앙교회가 어찌나 크게 느껴지던지요..

각자의 인생을 살아내느라 서로 돌아보지 못했지만 이리도 애틋하고..
먼저 하늘나라로 떠난 친구처럼 아픈 추억을 만들지 않으려 할 수 있으면  돌아보며 살려합니다
 바쁘고도 외로운 세월을 살면서 기도로 품앗이할수 있는 친구가 있어 행복합니다

 친구가 쓴 글을 올립니다  시간이 되시면~~~

제목 : 어 머 니


“쾅! 쾅! 쾅! 쾅! 빨리 안나오나? 들어갔다 하면 안나오노? 어풀 나온나! 급하다!”
손바닥으로 화장실문이 부서져라 두드리며 외쳐대는 시어머니 목소리가 들려온다. 방금 화장실에 들어갔던 아들 녀석이“예 알았어요!”항의하듯 퉁명스럽게 내던지는 소리에 현숙은 짜증이 밀려온다.
“또 시작됐구나.”된장찌개에 넣으려고 도마 위에 올려놓은 애꿎은 양파를 힘주어 다지며 “어째 저래 막무가내고? 자기밖에 모르노? 문디 할마시...좀 참고 기다려주모 안되나?”속으로 중얼거리며 분을 삭히려 애쓴다.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아침마다 화장실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현숙은 노이로제에 걸릴 것만 같다. 그러는 시어머니에게 말 못하는 자신에게도 화가 나지만 모친에게 권유 한마디 하지 않고 지켜보고만 있는 남편에게 그녀는 더욱 화가 치밀어 오른다.

시어머니는 남편이 중학교 1학년 되는 해에 홀로 되셨다고 한다. 지병을 앓고 계셨던 아버님을 먼저 보내고 첫 돌도 지나지 않은 막둥이까지 육남매를 떠안은 채 고향을 떠나와야 했었단다. 험악한 세월을 보내셨다고는 하나 눈에 보이는 대로 지적하고, 당신의 취향대로 꼬집어 말해 버리는 성향을 현숙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녀가 어른에게서 느끼는 중압감은 처음으로 작은 평수의 아파트를 장만하면서 시댁식구와 함께 살아야한다는 남편의 뜻에 마지못해 동의하면서 며칠간 밤잠을 설쳐야 할 정도였다.
그렇게 마음 졸이며 힘겹게 시작한 시집살이가 어언 이십년이 가까워 오고 있다. 그런 시어머니에게 단련된 현숙의 마음도 어느새 막말이 솟아나올 만큼 완악해져 있다. 
쿵쾅대는 가운데 열 올리며 시작한 하루가 무에 좋겠는가!
아이들도 남편도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상한 마음으로 제각각 삶의 자리로 나갔다. 밖은 낙엽을 떨구는 쌀쌀한 날씨여서 시린 마음 탓에 더욱 옷깃을 여미어야 했을 거다.
현숙은 시어머니의 밥상을 차려 두고 피하듯이 자신의 방으로 들어온다. 화장대 앞에 앉아 멍하니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는 눈에 눈물이 고였다. “아, 언제까지 이러고 살아야 하나.”칙칙해져 가는 피부와 함께 한숨이 날로 늘어만 가는 자신이 싫다.
때때로 “한숨 좀 그만 쉬라! 니 그 한숨소리 참 듣기 싫타이..” 마구 쏘아 던지는 시어머니의 돌 같은 말이 가슴에 던져질 때 마다 “아 나도 모르게 또 한숨을 내뱉었구나”하며 자신에게 놀란다.

현숙의 나이 올해 사십 넷, 사춘기에 접어든 아들 정훈이는 바깥세상으로 눈을 돌릴 만큼 훌쩍 자랐고, 중학생 민지의 젖 몽우리도 제법 봉긋하게 올랐다.
소리 죽여 흐르는 눈물방울을 티슈로 닦아내고 있는데 밖에서 시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린다.“밥 안묵나?”“예 어머니 나가요~”시어머니와 마주 앉아 밥을 먹는 현숙은 늘 그랬듯이 얼른 먹고 일어나 설거지하려고 물을 손에 적신다.
“내 너거 막내 시누 집에 며칠간 댕겨 올끼다. 아 낳을 때도 됐고...”현숙의 등 뒤에서 귀에 익은 어투의 소리가 들린다. 그녀는 내심으로 쾌재의 미소를 띄워 올렸다.
그러나 그날 오후 용돈과 함께 부천행 고속버스를 태워 드리고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왠지 모를 허전한 마음에 사로잡혔다.
평소와는 달리 예고도 없이 시누 집으로 훌쩍 시어머니가 떠나버린 그 자리에서 묘하고 착잡한 우울감 속에 빠져 들었다. 마음을 달래려 커피포트에 물을 붓다가 그만 오열이 터져 나와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현숙은 한참을 그렇게 목놓아 울었다.

어릴 적 유일한 혈육이었던 오빠를 떠나보내고 덩그러니 잠자던 그 방에 혼자 있을 때면 “올해도 과꽃이 피었습니다. 꽃밭 가득 예쁘게 피었습니다. 누나는 과꽃을 좋아했지요” 목청껏 노래 불렀었다. 담장 너머로 소리가 들렸던지 동네 재석이 오빠가“숙이 노래 잘하는데..”던지는 그 한마디에 배시시 웃다 잠이 들곤 했었다.
학교 문방구앞을 지날 때면 필요를 따라 당당하게 돈 내밀고 군것질하던 친구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용돈은커녕 스케치북 하나 제대로 사지 못해 친구 것 한 장 찢어 빌려 쓰던 처지에 현숙에게 군것질은 꿈만 같은 얘기였다.
초등학교 사학년쯤 됐을까? 재봉틀위에 놓여 있던 백 원짜리 동전 한 개씩 숙모 몰래 집어 가서 욕구 채우기를 수십 번 끝에 체벌을 당하는 순간을 맞았다. 숙모님이 고해바쳤던지 일 년에 한두 번 시골에 나타나시던 아버지가 현숙을 보자마자 뒤뜰로 이끌고 가 회초리로 엉덩이를 사정없이 내리치셨다. 영문도 모르고 억센 손에 붙들려 수차례에 매질을 당하고 난 이후 그녀는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미움이 커져만 갔다.
그 미움이 아버지 사랑에 대한 굶주림이었다는 것을 두 자녀의 어미가 되고난 이후에야 알게 되었다.

그 날 이후로 자라면서 현숙은 자신도 모르게 마음속 깊은 곳에 “엄마 없이 자란 것이 철없단 말은 듣지 않겠다”는 생각에 묶였다. 그래서인지 도시로 나와 주경야독하며 홀로서기를 배우던 그때부터 지금까지 주변사람들로부터 착하다는 말을 줄곧 들으며 살았다.
친구들과 함께 여행 한번 하지 못하고 시곗바늘 돌아가듯 잘 짜인 시간을 살아냈다. 그러나 현숙은 내면 깊은 곳에 매사에 의사를 분명히 드러내지 못한 채 생각의 틀에 묶여 사는 자신을 향한 답답함을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조차 말하지 못했다.
홀로서기를 배우던 그 즈음에 정신적인 의지의 대상이요, 좋아하던 오빠에게 하루의 일상을 가끔 일기형식으로 적어 보내던 그때도 내면에서 꿈틀대던 갈망들을 다 표현하진 못했다.
그녀는 입버릇처럼“난 결혼하면 식구 많은 집에 살 거야.”라고 했었다. 외로움을 털어 버리기 위한 표현이었겠지만 이후에 삶은 정말 그녀의 말대로 이루어졌다.

부모의 사랑도 모르고 자신이 만든 작은 틀에 매여 좁은 세상을 살아낸 그녀에게 주어진 또 다른 삶의 무게는 만만치 않았다. 일곱 식구가 비좁은 집안에서 몸을 부대끼는 불편을 감수하는 것은 둘째로 하고, 시동생 사업부도로 인해 안겨준 경제적인 부담과 큰 시누이를 제외한 세 명 시누이 결혼식, 그리고 극심한 관절염으로 반평생 넘게 다니던 회사 사직하고 집에 들어앉으신 시어머니 생활비 제공과 치료비까지…. 집안에 협력하는 형제는 하나 없고 짐을 안겨 주는 사람들로만 그득한 소굴에서 산 세월이 이십 주년을 향해 힘겹게 달려가고 있는 오늘인 것이다.

그동안에 뼛속깊이 숨어 있던 썩어가는 잔해들이 다 쏟아져 나오는 건지 한번 터져버린 오열은 통곡이 되어 흘러나온다. 그 가녀린 몸 어디에서 이렇듯 격렬한 통곡이 치밀어 오르는지 알 수 없었다.

들르려 가신다고 하셨지만 한주일 전쯤에 현숙은 시어머니와 함께 사는 동안 처음으로 심한 말로 말대꾸하며 언성을 높였었다. 그 전날 밤에 한창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를 좋아하는 아들 녀석은 밤이 늦도록 귀가하지 않았다. 자정을 넘고 새벽 두시 가까워서야 현관문 버튼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고 있던 현숙은 일어나 문을 열고 나왔다. 이미 폰으로 수십 통의 전화를 해도 받지 않던 정훈이를 보자마자“휴대폰 좀 보자!”정훈이가 주머니에서 슬그머니 꺼집어 내미는 것을 받아 그녀는 폰을 두 동강이 내어 버렸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정훈이도 당황했던지 “아이씨 옴마~!” 하며 부서진 폰을 집어 들고 씩씩대며 화장실로 들어가 버렸다. 화를 삭히다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 겨우 선잠을 자고서 아침을 맞아 정훈이를 깨웠지만 늦장을 부리며 학교에 갈 생각을 하질 않는다.
분명 어젯밤 일로 그녀에게 반항하는 것이리라 짐작하며 참고 기다렸지만 시간은 이미 등교시간을 훌쩍 넘기고 있었다.
“어서 학교 안가나?” 다그쳐도 움직일 기색을 보이지 않는다.
기다리기를 수십 분, 한참이 지난 후에 다시 아들을 다그치는 소리에 방안에 계시던 시어머니께서 나오시며 대뜸 “자식 놈 하나 바로 잡지 못하는 것이 무슨 살림은 잘 하것노이 정훈아 어서 일라 안가나? 저기 저래갔고 사람이 되끼가? 마끼가? 잉?” 하셨다.
그렇잖아도 차오르는 화를 참고 있는 현숙이의 마음에 기름을 끼얹으셨다.

아들을 향해 억누르고 있던 마음이 폭발해 버렸다. 현숙은“어머닌 무슨 말씀을 그리하십니꺼? 제가 살림을 말아먹기나 했습니꺼?” 시어머니를 향해 다짜고짜 대드는 그녀에게 발끈하시며 “어데서 못된 것이 독사 같이 머리를 꼿꼿이 치켜들고 대드노이?”시어머니도 지지 않겠다는 듯이  표독스런 표정으로 윽박질렀다.
그날은 항상 앞뒤 생각 없이 내뱉는 시어머니의 말에 참을 수 없는 분노가 솟구쳤다. “어머닌 지금 상황을 아시고나 하는 말입니꺼? 모르면 가만히 계셔 주이소!” “저기 시어머니를 뭘로 보고 말을 저래 하노!”“제가 어머니를 뭘로 보긴예. 우리 집 제일 높은 어른으로 보지예.”“뭐 어른으로 봐? 니가 낼로 어른으로 보면 말로 그래하나?”“어머니는 말씀 곱게 합니꺼?”“내가 무슨 말로 곱게 안했는데?”“맨날 사람 마음도 헤아리지도 않고 생각없이 쏘아붙이듯이 말씀하는 거 아십니꺼?”“뭐라? 그래 내가 글을 못배아서 그렇타. 마이 배운 니는 그래 말하나?”“못 배우신게 무슨 자랑인줄 압니꺼?”“뭐시라? 저기 사람을 무시하네. 그래 니 잘났다. 잘난 니 (  )얼마나 잘되는고 보자!”“내 (  )만 됩니꺼? 엄니 손자는 아니라예?”“내 오늘 할 말 다할랍니더. 엄니한테는 정훈이 에비만 자식입니꺼? 우리만 자식입니꺼? 왜 우리만 엄니 모시고 엄니한테 생활비 다 드리고 그래야 됩니꺼? 다른 자녀는 자녀아니라예? 주워와서 캬서예?”
기름 끼얹은 불같은 마음에서 그동안 참아왔던 말들이 마구 솟구쳐 올라왔다. 한마디도 지지 않고 대꾸했다. 결국 아들과의 싸움이 어른과의 싸움이 되고 만 것이다.
그때 교복도 입지 않은 정훈이가 방문을 홱 열어젖히며 뛰쳐나왔다.
“와캅니꺼? 고만하이소. 내 이집에 몬살겠다. 집에 들어오면 마음이 편해야 될낀데 우리 집은 맨날 와이리 살벌하노? 에이씨~”
현관문을 나가려는 아들을 향해“교복도 안 입고 어데가노?”외치며 가로막았지만 그녀는 정훈이의 완력에 밀려 바닥에 쓰려져 버렸다.
정훈이가 나간 뒤에다 대고 “잘한다 잘해!”시어머니의 심경을 할퀴어 내리는 소리에 현숙은 그만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전날 밤부터 난리를 쳤어도 잠잔다고 전말을 알지 못하던 남편에게 전화하여 도움을 청하고서야 정훈이는 집에 들어왔다.
그런 일이 있은 후로 현숙은 정훈에게서 내뱉어진 말이 귀에서 떠나지 않았고, 시어머니와의 감정의 골은 더 깊어져서 냉전은 계속 되고 있었다. 무슨 말이 오고 갔는지 그날 이후로 평소 안부전화도 자주 없던 둘째 시누한테서 하루가 멀다고 시어머니에게로 전화가 왔다. 들려오는 소리로는 네 명의 시누이와 시동생이 한 달에 얼마씩 모으고 있다고도 한다. 이십 년만의 일이다.

현숙이 말대꾸 없이 살아왔으나 감성적으로 예민한 아이들은 그 감정들을 다 읽어내고 있었던 모양이다. 자녀교육 실패에 대한 불안감, 자신의 삶에 대한 회의감이 봇물처럼 밀려와 끝없는 눈물이 흘러 나왔다.

그날 밤, 현숙은 남편 도훈씨와  밤이 늦도록 자신의 심정을 토로하며 대화를 나누었다.
“여보~ 어머니는 왜 연세도 많으면서 좀 너그럽고 푸근하게 사람을 대해 주지 않을까? 내가 그리는 어머니상은 그런 분인데…. 난 어머니가 버겁고 힘들어요. 편치가 않아 늘 피하게 되요. 또 무슨 말을 할까 무서워 가까이 다가서질 못하겠고 그러려니 하려고 해도 그렇게 되질 않아요. 마음이 다가서질 않아요. 지치고 힘들어 어딘가 멀리 떠났다 올 수 있으면 좋겠어요. 당신 알다시피 난 하룻밤도 어디 가서 지내고 온 적 없잖아. 나 자신도 돌아보고 추스릴 수 있게 기도원에라도 다녀오게 해줘요.”
가만히 듣고 있던 도훈씨는 “니가 그런 어머니상을 가지고 있으니깐 그렇지. 그 어머니상을 내려놔야 되는 기라. 니 맘도 이해는 한다. 내 엄마긴 해도 나도 부담스럽다. 갔다 오려면 다녀 온나.”남편이 이렇게 담담하게 수긍하며 받아들여 줄지 몰랐다.
현숙은 이미 마음에 정해둔 곳이 있었기에 편하게 말했다.
“그래 니 맘이 그렇다면 다녀와라. 너무 오래는 있지 말고”
때마침 현숙과 함께 공동체를 이루며 예배를 드리던 둘도 없이 사랑했던 오빠 같고, 언니 같은 두 사람이 어느 분의 손에 이끌려 다른 곳으로 떠나간 지 보름째 되어간다. 그 날 현숙은 혈육을 잃어버리는 서러움에 또 그렇게 울었었다. 그렇게 친언니 같은 사람 만나기를 갈망했었건만 그 분과의 만남이 주어진지 약 사년 만에 찾아온 이별이었다. 그 날 현숙은 그 울음 속 구렁텅이에서 버려진 자의 서러움에 쌓여 울고 있는 성인아이를 발견했다.
그때 그녀 속에 있던 성인아이는 홀로 된 서러움에 글을 적으며 달랬다.

 [겨울에 피는 사랑]

우리가 사랑한다고 하는 사랑은 자신을 사랑하는 연장선에 불과한 것. 십자가에 못 박히신 주님 앞에서고개들 수 없는 나를 위한 욕심이라네.
나와 다른 생각은 잣대 대어 판단하고 나와 다른 인격을 아니라고 정죄하니 나로 인한 사랑은 죄로 물든 추한 것.
피 한 방울 아낌없이 다 주시고도 내 주님 사랑은 분노치 않는 사랑. 자기 사람 품어 안고  사랑하되 영원토록 변함없는 진실한 사랑.  그 사랑 닮고파 흉내 내려 하나 내 사랑은 아직도 상처 받기 두려운 성벽에서 내젖는 몸짓에 불과하니….

오호라 통제라! 나를 위한 내 사랑아,너를 위해 흘린 피에 추한 마음 씻어내고 핏빛에 물든 가슴 이웃에게 흐르게 하라.
돌아올 사랑일랑 기대치 말고 아낌없이 던져라. 옷깃을 여미는 겨울에도 향기로운 꽃 피우도록.
그녀는 기도원으로 떠났다. 남편이 시어머니께 상황을 잘 설명해서 편하게 갈 수 있었다. 가는 그날, 도훈씨는 하루 월차를 내고 함께 동행해주는 배려까지 보여 주었다.
현숙은 이십 년을 아옹다옹 살아온 보금자리를 떠나오면서 묘한 해방감과 함께 다시 오지 않을 것만 같은 이 기회를 허비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남편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그녀가 가는 곳은 금식기도원이었다. 거기서 조차 밥을 꾸역꾸역 집어넣으며 탐욕을 만족시켜 주고 싶지 않았다.
살아오며 자신에게 들러붙어 있는 아집과 욕심, 원망과 시기를 그렇게라도 벗어 던져 버리고 싶었던 것이다. 자신 속에 그리움으로 찌들어 울고 있는 아이를 끄집어내어 신 앞에 앉혀 두고 위로받게 하고 용기를 얻게 하고픈 것이었다.

오늘로서 21일째다. “사람이 이렇게 굶어도 살 수 있는구나”싶었다. 그녀는 하루 하루를 물만 먹고 지팡이 짚고 산행하고, 정해진 시간마다 예배 참석하고…. 그렇게 그녀는 그 산속에서 살아 있었다.
15일을 넘어서는 날부터 사람들이 모인 곳에 가면 구역질이 났다. 냄새가 너무 지독했다. 사람이 이렇게 지독한 냄새를 품어 내는 지를 속을 비운 상태에서 알 수 있었다. “흙으로 만들었다고 했던가?”죽으면 흙으로 돌아갈 너와 나는 시궁창 보다 더한 악취를 내품으며 산다는 것을 그땐 몰랐었다. 누군가 쑥을 뜯어 코에 넣어 보라고 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냥 견뎌내기로 했다. 평생토록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틀어막는 짓을 하지 않았다.
집에서는 뒤늦게 금식하고 있는 것을 알게 된 모양이다.
뱃속은 비울수록 편안해졌다. 그러나 두고 온 공동체와 시어머니, 남편, 정훈이, 민지, 그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져왔다. 보고 싶었다.
돌아가면 다시 부대껴야 하는 그들이지만 그들을 위해서라도 무엇인가 자신 속에 변화가 있기를 기대했다.
자신을 홀로 두고 떠나버린 엄마, 재혼해 버린 아버지, 자매처럼 친숙했던 두 사람들에게서의 버림받음, 그리고 그들을 향한 그리움을 분노의 형체로 끌어 앉고 있는 그녀.
거기서 굶다가 죽더라도 그녀는 그 모든 매인 아픔들에게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러나 사람은 그리 쉽게 죽지 않는 존재인 가 보다. 그래서 그냥 울었다. 펑펑 울었다. 울 수 있는 것에 다행으로 여기며 몸속에 액체가 다 흘러나오도록 울었다. 그러다 보니 21일째가 된 것이다. 미리 작정했었던 날이다.
그 작정마저도 허물었어야 하는 진 모르겠지만 거기까지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에게 너무 버거운 세상을 끌어안을 만한 사랑을 기대하며 한 날 한 날을 보낸 것이다. 나를 위해 죽어주셨다는 신이면서 인간이셨던 그 분을 이해하고 싶었다. 도무지 느껴지지 않는 그 사랑이 어떤 것인지도 알고 싶었다.

어쨌든 내일 아침부터는 미음을 먹게 된다. 일명 보호식이 시작된다. 금식한 기간만큼 미음부터 먹으며 위를 적응시켜 나가는 기간이다.
간간히 찾아와 주었던 도훈씨가 보호식까지 하고 내려오라는 배려까지 아끼지 않았다.
다음 날 아침, 그녀 앞에 미음과 함께 된장국이 놓여졌다. 국물을 한 스푼 입에 넣는 순간 그 맛은 이루 형언할 수 없는 감사, 그 자체였다. 음식을 먹는 즐거움이 이렇게 큰 것인 줄을 난생 처음 경험했다.

밥을 먹을 수 있을 즈음에 내려왔다. 오는 차 안에서 도훈씨는 현숙에게 말했다.“어머니가 니 걱정 많이 하신다. 꿈에 니가 분홍색 옷을 입고 환하게 웃고 있더라고 오늘 아침에 말씀 하시더라.”
25킬로 그람 빠진 수척한 모습으로 그녀가 현관문을 들어서는데 시어머니는 눈물이 글썽글썽하여 현숙을 끌어안았다. “아이고 얼마나 고생했노? 살아와서 고맙데이 얼마나 야윘노 보자” 하시면서 우셨다. 현숙은 그 품에 안겨 어머니의 등을 두들기며 “어머니 괜찮습니더. 저 없는 동안 아이들 거둔다고 수고 많았지예?”
그렇게 눈물로 맞아 주신 시어머니는 그때부터 며느리에게 퉁명스런 어투로 말씀하지 않으신다. 현숙 역시 예전에 느껴보지 못한 같은 여인으로서 억척같은 세월을 살아오신 시어머니의 인생에 대한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강하지 않으면 살아내지 못하였으리라고…. 그녀는 그 날 이후부터 어머니 곁에 앉아 함께 TV를 보며 도란도란 있었던 이야기도 나눌 수 있었다.

그 해 끝에 시어머니 칠순 날을 맞았다. 뷔페도 예약하고 이벤트도 신청하면서 현숙은 어머니께 올리는 짧은 글을 적었다. 형제들과 함께 “어머니의 마음”을 노래 부르는 중간에 읽어 드렸다.

 [어머니께 올리는 글]

어머니! 부르기만 해도 눈물 나는 이름입니다.
어머니! 부르기만 해도 가슴 따뜻해집니다.
어머니! 고진감래하며 살아오신 긴 세월
 지금 뼈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고통은
 저희들을 위한 사랑의 증표이지요.
어머님의 사랑이 없었다면 오늘의 저희가 없고
 어머님의 헌신으로 오늘날의 저희들이 있습니다.

언젠가 저희에게 말씀하셨지요.
“내 살아온 날을 말로 다하자면 책 한권으로도 부족하다고…”그 말씀 속에 어머님의 세월이 느껴졌습니다.
홀로 육남매 품에 안으시고 억척같이 살아오신 당신!
어머님, 당신은 여장부십니다.
어머님, 당신은 강하십니다.

또 겸손하게 말씀하셨지요.
하나님의 은혜로 살 수 있었노라고….
칠십 평생 저희들 위해 살아내신 어머니!
어머님의 사랑 먹고 자란 저희들이
 이제는 그 사랑 돌려 드리고 싶습니다.
어머니의 사랑은 흉내조차 낼 수 없겠지만
 저희의 작은 사랑에도 기뻐해 주세요.

어머님의 기쁜 얼굴이 저희의 힘이고,
어머님의 웃음소리가 저희의 위로입니다.
당신의 사랑, 당신의 은혜,
사는 날 동안 흉내 내며 저희들 그렇게 살겠습니다.
저희들 곁에 오래 오래 함께 계셔 주세요. 어머님….

떨리는 마음으로 그녀가 낭독하는 동안 저쪽에서 간간히 훌쩍대는 소리도 들려왔다. 그날 행사를 치루며 든 비용은 그동안 시누이들이 모아 둔 돈으로 지불되었고, 이후로는 그녀가 맞는 아침에 더 이상 화장실 문 두드리는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그녀는 주어지는 날들에 감사하며 요양센터에 등록하여 파킨슨병을 앓고 계신 할머니를 돌봐드리고 있다. 그녀의 마음은 이상하리만큼 평온하다. 



윤은철
 그 친구분이 생각날 때 이 찬양으로 위로받으세요....소망의바다2집의 "하늘소망" 이라는 찬양입니다
http://www.youtube.com/watch?feature=player_detailpage&v=upzW7wFL_Fw
12·09·18 18:19
 
 




서순애
 주와 함께 걷는 이 길에.... 주님으로 인해 힘을 얻습니다 집사님 고맙습니다...
12·09·18 23:49
 
 




김효선
 한줄기 눈물 흐르게 하는 마음 따뜻한 내 친구야~~
12·09·19 11:48
 
 




김효선
 근데 현숙이란 여자 한 성깔 하는데...ㅋㅋ
12·09·19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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