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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비게이션과 목사 - 2009·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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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4-02-11 18:54 조회79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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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끼 나를 위해 특별식? 을 차리느라 고생하는 아내의 은근한 기대와 요구에 따라 어제 내가 먹기에 괜찮은 곳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월요일의 느긋함을 만끽하기 위해 편한 복장과 슬리퍼로 운전을 해가면서 창가로 스쳐 지나가는 늦가을 풍경들을 기분 좋게 감상하였다. 도시와 강을 지나니 산과 들판과 호수로 이어진 이 곳 진주가 진주라는 생각이 들었다.

식당 주변에 여러 대의 차가 주차된 것을 보니 긴장이 되었다. '이런 복장으로 와서 아는 사람 만나면 어떻게 하나!' 그러면서 자위했다. '만나면 어떠랴! 오늘은 월요일인데...' 그래도약간의 긴장 속에 들어섰는데, 다행히 아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마음놓고 편하게 자리를 잡은 채 느긋하게 정성스레 만든 요리를 이것저것 배불리 먹었다.

시동을 거니까 집사람이 말했다. "남해 편백마을 안 가 볼레요?" 예상치 못한 말에 선뜻 대답하지 못하고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머리를 굴려야만 했다. '점심 먹고 가야할 곳이 있는데... 남해 편백휴양림의 공기가 좋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나를 위해 하는 말인 것 같은데...그러나 실상은 집에 바로 가지말고 드라이브 좀더 하고 가자는 말 같은데...'

결론은 처남 좋고 매부 좋은 것으로 정했다. 네비에 남해편백 휴양림을 치고 네비의 친절한 안내를 받으며 삼천포대교와 우아한 연육교들을 건너면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가운데 대상을 받은 그 도로의 주변 경관들을 만끽했다. 그런데 창선교를 건너가는데, 길이 양쪽으로 갈라져 있었다.

그런데 그때까지도 네비는 아무 말도 없었고 표시도 없었다. '다음 안내가 있을 때까지 계속 직진하세요'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한 채 아무 말이 없었다. 어느 길로 가야할지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급한 마음에 주차금지구역인 양쪽 길의 중간에 차를 엉거주춤 세워 놓고 양방향표시의 여러 개의 표지판을 급하게 읽고서 왼쪽 길로 방향을 잡아 나아갔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페달을 힘껏 밝는 내 마음속에 불평이 일어났다. '지금까지 그렇게 친절하게 잘 가이드 해주더니 정작 중요한 순간에 아무 안내도 하지 않고 먹통이 되다니. 무슨 이런 네비가 다 있나? 내가 아는 길에서 이래라 저래라 할 때도 귀찮았지만 참고 들어줬는데, 정작 내가 필요 할 때는 아무것도 하지 않다니' 괜히 달았나? 라는 생각조차 들었다.

네비에 대한 불만과 약간의 불신을 가진 채 길을 가는데, 네비가 길을 이탈했다고 했다. 그래서 가게에 들어가 물으니 지나쳐왔다는 것이었다. 되돌아 나와 동네복판으로 난, 길 같지 않는 길로 해서 목적지에 들어갔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 네비가 아닌가?' 교인들이 때로 귀찮아할 정도로 이래라 저래라 쉬엄없이 말하면서 정작 교인들이 필요한 순간에는 아무 가이드도 해주지 않는 이 네비같은 목사가 아닌가?'

그리고 내가 네비에 대해 불신을 가진 순간 네비의 지시를 무시하고 내 생각대로 가다가 목적지를 이탈했던 것처럼, 교인들이 목사의 말을 듣지 않고 제 길로 가는 것을 나무랄 수 없는 것은 목사가 불신의 원인제공을 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백 번을 잘하다가도 한번 실수하는 순간 엄청난 신뢰를 잃어버리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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