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단상
> 예배와말씀 > 목회단상
목회단상

죽도 옛날 죽이 아닌 것 같다. - 2009·06·08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4-02-11 18:47 조회1,276회 댓글0건

본문

오늘 이 집사님 계시는 병원에서 검진했더니 내과 의사 선생님의 처방이 오늘 점심과 저녁은 죽을 먹으라고 하면서 반찬도 국물반찬만 먹으라고 했다. 죽 먹는 거야 어려운 것이 아니니까 부담이 없는데, 죽을 사먹어 본 기억이 별로 없다보니 죽을 사먹는다는 것이 내키지 않았다. 그래서 차를 타고 돌고 돌아 병원에서 꽤 떨어진 죽집으로 갔다.

2시가 거의 다된 시간이었음에도 사람들이 꽤 있었다. 물론 홀이 작기도 하였지만. 처음으로 들어가 보는 죽 집에서 ‘무엇을 먹어야 할지’ 몰라 주인이 주는 메뉴판을 보고 먹기에 부담없고 편할 것 같은 녹두죽을 시켰더니 주인이 ‘녹두는 열을 내리는 음식’이라면서 영양가 있는 죽을 먹어보라면서 송이 죽과 전복죽을 권한다.

그런데 가격이 만 오천 원과 만 얼마? 였다. 그런데 녹두죽도 8천원이나 했기에 속으로 ‘무슨 죽이 이렇게 비싸냐?’ 하면서 좀 불편한 마음으로 녹두죽을 주문하였는데, 배나 비싼 죽을 시키라는 권유를 듣는 순간, 고맙다는 생각보다는 ‘이 사람이 돈 많이 남는 것을 시키게 하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그렇게 비싼 걸 먹을 필요는 없고요,’ 하면서 녹두죽을 시켰고, 아내는 그 사람이 권하는 또 다른 죽을 시켰다. 그런데 죽이 나올 때까지 탁자위에 있는 책자를 집어 펼쳤는데, 우리교회의 일용할 양식과 비슷한 큐티 월간지였고, 발행교회는 진주에 있는 어느 교회였다. 놀랐던 것은 그 책 발간 후원한 교우가 바로 그 죽 집이었다.

그래서 혼란이 왔다. ‘이 사람이 적어도 집사님 이상의 교인일 텐데, 나를 위해서 그런 죽을 권했을까? 아니면 자기에게 돈이 많이 남는 죽을 권했을까?’ ‘그 사람이 보기에 내가 영양가 있는 죽을 먹어야할, 죽도 못 먹은 사람으로 비쳐졌다는 것일까? 아니면 자신이 권하는 대로 사 먹을 어리숙한 사람으로 보여졌다는 것일까?’

그렇게 상상의 날개를 펴는 사이 죽이 나오는 것을 보고 다시 놀랐는데, 그릇에 담긴 죽의 양이 엄청 많은 것을 보면서 죽 값이 비싼 이유가 어느 정도 수긍이 되었다. 그리고 따라 나오는 영양가 있어 보이는 반찬들의 정갈함이 ‘죽이 값을 하는구나!’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한 숟갈 떠 먹어보니까 ‘비싼 값어치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맛이 있었다.

기분좋게 먹으면서 시내 곳곳에 죽집들이 있는 이유들을 늦게나마 알게 되었다. 큰 죽그릇을 맛있게 다 먹고 나오려는 무렵에도 죽 먹으러 들어오는 젊은이들이 있었고, 주문한 것을 가지고 가는 아주머니들이 있는 것을 보면서 죽이 이렇게 인기가 있는 것에 다시 한 번 놀랐다. 옆집 분식가게는 텅 비어 있는데도.

차를 타고 오면서 아내에게 말했다. “교인들에게 죽 집하라고 말해줘야겠다.” 그랬더니 집사람 왈, ‘죽을 맛있게 쑬 줄 알아야지, 아무나 한다고 잘 되나요?’ ‘당신이 말해주지 않아도 사람들이 유명한 죽 집 잘 된다는 것 알고 있어요.’ 한다. ‘그래도 나와 같이 모르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 하면서도 ‘죽도 옛날 죽이 아닌데, 나만 그대로인가!’ 라는 서글픔이 식은 죽같이 밀려왔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경남 진주시 대신로 243번길 16 TEL / 교회 : 055)761-6866, FAX : 055)753-8379
본 홈페이지에 게시된 이메일 주소가 자동 수집되는것을 거부하며, 이를 위반시 정보통신망법에 의해 처벌됨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Copyright 2006 - 2024 daekwang.info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