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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주간의 벚꽃길 - 2009·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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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4-02-11 18:43 조회82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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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몇 주간 월요일마다 계속해서 노회 재판국모임에 참석하느라 월요일에 여유가 조금도 없었는데, 오늘은 모임이 내일로 되는 바람에 한결 여유가 있다. 그래서 모처럼 횃불회 모임에 가려고 하는데, 집사람이 저린 손가락 끝에 침이 좋다고 한다면서 침 잘 놓는 데를 함께 가 보잔다. 대뜸 ‘횃불에 가려고 하는데...’했더니 ‘마누라가 아파서 그러는데...’한다.

그러는 동안에 노인대학을 통해 등록하신 분이 돌아가셨다는 전화를 받았다. 노인대학교사들에게 오후에 조문 갈 시간을 통지해 놓고 기다리고 있는데, 집사람이 침을 용하게 놓는다는 곳을 전화로 알아보더니 내일 가도 괜찮다고 했다. 그래서 바쁜 마음으로 횃불에 가는 가호동 길에 벚꽃이 활짝 피었다. 날씨도 화창하고 벚꽃도 만개해서 마음이 들뜨졌다.

이 시간에 굳이 횃불회에 가야 하나? 하나님이 만드신 솜씨에 감탄하는 것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이 되지 않을까? 집사람에게 전화를 할까 말까? 하는 동안에 가좌동 5거리까지 왔다. 유턴을 할 것인가? 좌회전을 할 것인가? 고민하는데, ‘고난주간인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아쉬움을 간직한 채 좌회전을 해서 횃불회에 참석했다.  

열정이 넘치는 강사님의 강의를 들으면서 오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거듭거듭 들었다. 많지 않는 참석자들이지만 그분들도 나와 같은 갈등을 느끼면서 오신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임종예배 시간 때문에 오전 강의를 마치고 함께 점심을 먹지 못하고 바쁘게 나오는데, 우리 노회 안에 있는 교회 목사님이 ‘오늘도 바쁘신 것 같습니다’라고 한다.

임종예배 핑계를 대고 나왔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함께 식사하지 않고 와 버렸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 같아서 미안하고 고맙기도 했다. 매번 약속이 있거나 바빠서가 아니라 작은 교회에서 큰 부담을 안고 하는 사역이기에 숟가락 하나 놓는 일이라도 줄여 주고픈 마음 때문이었고, 또한 우리교회가 하지 못한 미안함 때문이기도 하였다.

따뜻한 봄날의 차창 안 열기를 횃불회 모임에서 벗어나는 시원함과 섭섭함으로 상쇄시키면서 집으로 돌아오는데, 고속도로와 상평교로 진입하는 삼거리 앞 문산가로가 벚꽂으로 기가 막히게 아름답게 보였다. 오늘을 놓치면 올 한 해 동안 후회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 장례식장에 갔다와서 가봐야지!’ 하면서 가지 않은 길을 포기하지 않고 미뤘다.

그런데 장례식장에 가기 위해 교회에 오니 교회마당에 치유학교에 온 차량들로 가득찼다.  월요일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열심을 내고 있는 분들과 봉사하는 시티에스를 생각하니 꽃놀이를 간다는 것이 말이 안 되는 듯했다. 그래서 임종예배를 드리고 돌아와서 치유학교를 마칠 때까지 교회안에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곧장 목양실로 올라와 컴 앞에 앉았다.

수업을 마칠 때까지 단상을 쓰고 치유학교를 마치고 돌아가고 나면 벚꽃놀이를 가야겠다는 생각이 이 고난주간에 올바른 생각인지? 의문이 들면서도, 벚꽃을 보면서도 기도와 말씀에 전념하는 만큼이나 혹은 그 이상으로 하나님을 생각하고 하나님의 임재를 느끼면 더 경건한 것이 아닐까? 꽃구경하고 싶은 마음에 이런 생각까지 든다. “오늘이 지나면 언제 오나?” 고난주간에 티비코드를 뽑는 평신도들 앞에 안목의 정욕을 이기지 못하는 목사의 가련함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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