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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성이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기도로 바꾸며 - 2009·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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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4-02-11 18:41 조회86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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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이용석목사님으로부터 부임심방을 이제 마치게 되었노라고 전화가 왔었다. 부임심방을 했으니 새해에 하는 봄 심방을 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했더니 그렇다면서 심방에피소드를 이야기했다. 심방 대원이 우리교회 제일 젊은 교인 집을 심방하는 집이라고 해서 가보니 나이가 65세였다고 한 것 같다.

농촌교회의 처지를 한눈에 보여주는 듯 한 소개였다. 그래서 교인들의 주 생업이 뭐냐고 물었더니 가축을 키우는 가정이 하나 있고 나머지는 소득원이 거의 없는 가정이라고 한다. 그리고 중고등부 학생도 없다고 한다. 다행히 초등학교 학생이 이십 여명이 있어서 소망이 되는데, 가르치는 교사 청년도 주일학교만 봉사하고 장년 예배는 다른 교회를 간다고 했다.

일꾼이 없는 농촌 교회에서 목사님과 사모님이 일인 사역 혹은 오역을 해야 하겠지만 순성이와 은?이가 아버지 목회를 도와야 할 일이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창 친구들과 어울려 재밌게 놀면서 예배와 활동을 할 아이들이 친구가 전혀 없고 노인들뿐인 교회안에서 교회생활을 어떻게 할까? 생각하니 마음이 답답하다.

처음에 부임해 가려고 하는 교회가 미 자립 교회라는 말을 듣고 강하게 붙들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러나 그때는 목회하기 좋은 교회를 연결시켜준다거나 확실하게 튼튼한 개척교회를 열어준다는 보장도 해 주지 못하면서 마냥 붙들 수 만은 없었기에 나 자신의 무능함을 스스로 탓하며 서운함 가운데 축하하는 마음으로 사직을 허락했다.

그런데 전화나 문자 메시지를 통해 고맙다는 말을 받을 때마다 더욱 미안한 마음이 든다. 잘해준 게 뭐 있었느냐? 하면 ‘편하게 해 줬다’는 것이다. 사무 여직원이 없는 교회에서 사무간사가 해야 할 일까지 하면서 고등부를 맡고 격주로 주일 오후찬양예배 설교와 금요심야 기도회 기도인도를 하는 일이 벅찼을텐데도 편하게 해줬다니 미안한 마음이 덜해졌다.

그런데 지울 수 없이 부끄럽고 미안한 것은 목사님이 아니고 아들 순성이다. 순성이가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등록금을 교회에서 주는 장학금을 내가 제대로 챙겨주지 못했는데, 그 동안 순성이가 저소득층 자녀에게 주는 등록금 면제혜택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저소득층 가구라는 증명서를 발급받은 목사님도 괴로웠겠지만

순성이가 학교 선생님이나 서무실 직원 그리고 학생들 앞에서 얼마나 창피를 느꼈을까? 생각하니 목이 메였고, 순성이에게 큰 죄를 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기도했다. “하나님, 순성이가 느꼈을지 모르는 창피가 더 이상 생기지 않게 하여 주옵시고 이 창피가 장래 큰 영광이 되게 하여 주옵소서.”

그런데 엊그제 새벽기도회 본문이 엘람왕 그돌라오멜의 연합국에 의해 포로로 잡혀간 조카 롯을 구출해올 때 되찿은 물품들을 가지라는 소돔왕에게 자신은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 실오라기 하나라도 받지 않겠다고 말하면서도 자기와 함께 간 소년들과 다른 사람들의 몫은 챙겨주는 아브라함을 보면서 또 다시 부족함을 느꼈다. 지도자는 자신만 괜찮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따르는 사람의 필요를 알아서 채워주는 자가 진정한 지도자라는 것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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