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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러간 무더위의 자리에서 - 2008·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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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4-02-11 18:26 조회61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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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간의 휴가를 갔다온 후 집에서 드는 잠자리가 상쾌하다. 휴가를 갔던 곳이 이곳보다 더 더웠기 때문에, 그리고 휴가를 떠나기전에 겪었던 뜨거웠던 기억때문에 바껴진 시원한 잠자리가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물론 시차로 인해 잠을 이루지 못하고 침상에서 자리에서 이리저리 뒤척였지만

초조하지가 않았고 하나님의 섭리가 오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밤이 더 깊어지자 덮고 있던 얇은 이불 대신 또 다른 이불이 필요했던지 아내가 장롱에서 이불을 하나 더 꺼냈다. 번거러움과 낯선 나라 음식에서 나는 익숙하지 않는 냄새가 묵혀둔 이불에서 나왔지만 부드러움으로 온 몸을 감쌀수 있는 것이 좋았다.

또 하나의 이불을 꺼내 덮는 행복속에서도 불안이 찿아온다. "날씨가 추워지면 어떻하나! 아내가 손끝이 저리다고 하는데..." 여름에도 가끔씩 손가락이 차서 입으로 호호 불던 집사람을 보면서 신기해서 웃기만 했는데, 이제는 미리 걱정이 된다. 철이 들어가는 건지? 하나가 되어가는 건지?

'에어컨을 켜야 잠을 잘 수 있었던 날들과 또 하나의 이불을 덮어야하는 앟들 사이의 그 좋은 시간들-이불을 덮어도 되고 안 덮어도 좋았던 날들- 의 짧음이 아쉽게 느껴진다. 덮지도 않고 춥지도 않는 그래서 잠자기도 좋은 그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는 것은 날씨만이 아니라 인생의 순간들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든다.

잠을 못들게 함으로 짜증나게 하던 그 열기가 어느 사이에 물러가고 한기를 느끼게하는 이 순간에 '매를 들고 자신의 종아리를 치는 아버지의 팔의 힘이 예년과 같지 못하다'고 아버지의 늙음을 서러워하면 울었다던 어느 효자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괴롭힘을 주기 위기 더위를 하나님이 주신 것이 아니라

열매를 맺게 하여 양식을 주기 위해 위함이라는 사실까지 멀리 생각하지 못하고 개인적이고 부분적인 입장에서 느끼는 괴로움도 시간이 지나면 물러간다는 사실이 삶에 대한 성실한 자세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 같다. 고통을 주는 것도 유익었고 그 고통도 끝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 삶에 대해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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