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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휴가를 겨울에 보내고서 - 2010·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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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4-02-12 11:01 조회88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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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을 앞두고 지난 한 주간 휴가를 갔다왔습니다. 웬 겨울에 휴가냐? 라고 의문을 가진 교인들이 아마도 꽤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됩니다. 이번 휴가는 겨울휴가를 따로 가진 것이 아니고 여름 휴가를 늦춘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여름휴가를 겨울에 갖게 된 것은 순전히 개인적인 집안 일 때문이어서 좀 민망하기도 했습니다.

큰애가 국내 2년 해외 2년 과정의공부를 하던 중, 미국유학 1년을 마친 지난 겨울 방학 때, 한국에 들어오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습니다. 함께 갔던 학생들이 대부분 들어오고 그렇지 않는 경우에는 부모님이 그 곳을 방문했거나 한다는 것입니다. 그 말을 들은 처가 왔다가라고 하는 것을 제가 막았습니다.

이유는 교회에서 주는 등록금으로 유학을 하면서, 방학이라고 한국에 왔다가는 것을 교인들에게 곱게만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그랬더니 집사람은 '당신은 애가 보고 싶지도 않느냐?' '애가 얼마나 외롭고 힘든지 아느냐?' '등록금 가지고 미국 생활하느냐' 면서 공격해왔습니다. 자식에 대한 엄마의 애틋한 정을 몰랐던 저는 한 순간에 무정한 아버지와 남편으로 전락했습니다.

그래서 아내에게 '당신이 갔다 오라'고 했더니 혼자서 갈 용기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다시 제안했습니다. '1년 뒤 졸업식때 함께 갑시다.' 그렇게 해서 위기도모면하고 1년 후에는 아들을 볼 수 있다는 기대도 아내에게 심어주었습니다. 그리고 난 후 여름휴가를 미루었고, 두 도시나 경유하는 가장 싼 항공편을 티켓팅 해 두었습니다.

그런데 지난 11월에 진주 기독신우회가 해마다 진행하는 진주시내 교회 성가 발표회를 우리 교회에서 할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는 요청이 왔습니다. 장소요청을 허락하면서 갈등이 생겼습니다. 출연하는 교회들과 찬양단의 많은 교인들과 친지들이 그 날 우리 교회를 방문하게 될텐데, 어떻게 하나? 고민이 되었습니다,

많은 손님을 모셔놓고 큰 잔치를 배설하면서 주인이 자리를 비운다는 것은 예의에 벗어나기 때문이었습니다.그래서 비행기 티켓을 취소하려고 하니 할인 티켓이라 한 장당 30만원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어떻게 하나? 고민하다가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기로 결심하였습니다.

출국 전날 저녁 서울로 올라가는 고속버스 안에서 이런 저런 생각들이 교차해 왔습니다. 이게 과연 옳은 일인가? 잘하는 일인가? 우리 교인들 중에는 자식들의 국내에서 하는 졸업식에도 바빠서 가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 할텐데, 목사가 미국에까지 가서 자식 졸업식에 참가하는 것은 교인들의 삶과는 너무 괴리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교인들의 눈에 목사가 호사와 안일에 빠져 있는 것처럼 비쳐지지는 않을까? 라는 염려와 함께 목사가 교회를 위해 사사로운 것을 포기할 수 있는 믿음과 용기는 없는가? 라는 의문이 다음날 비행기 안에서도 계속되는 고통이었습니다. 그러면서 다시금 깨달은 것은 대의를 따르는 것이 명분을 얻게 하는 유익이 있는 것만이 아니라 평안까지 준다는 사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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